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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의 유래와 의미, 동지팥죽 먹는 이유

 

 

동지의 의미와 유래를 되짚어보면
우리나라의 동짓날과 서양의 할로윈 데이는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서양의 할로윈 데이는 죽은 사람의 유령이 산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하려고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명절이지요.


고대 켈트족에서 유래된 이 풍습은 새해가 시작되는 11월 1일의 전날, 즉 1년의 마지막날인 10월 31에 죽은 조상님들께 제사를 지냈는데, 우리집 조상님을 뵈는 건 괜찮지만 악령이나 해코지하려는 원혼들은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그 당시 풍습에 의하면 사람이 죽으면 1년간 살아있는 사람에게 깃들어 있다가 저승으로 떠난다지요?
생판 모르는 귀신에게 내 몸을 내어줄 산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다들 몸서리치게 싫어하지요.

 

 

 

그래서 액막이용 의식이 필요했고, 그에 걸맞은 고유한 분장과 집안 장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애기들이 유령옷을 입고 집집마다 방문했을 때 사탕을 주어 내보내는 것도 일종의 액을 내쫓는 의식에 해당하지요.


이렇듯 동양의 풍습인 동지와 서양의 풍습인 할로윈은

벽사(辟邪)와 축귀(逐鬼)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벽사 뜻은 요사스럽고, 삿된 기운을 물리친다는 뜻이며, 축귀는 소름끼치는 귀신을 내쫓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지고 보면 1년 중 가장 무서운 날은 동짓날이에요.
무척이나 차갑고, 깊은 어둠이 길게 드리워지며,

이 으스스하고, 음험한 기운을 따라 삿된 잡귀와 요사스런 기운이 주변을 가득 메우게 되지요.

 

 

 

음기가 치성하면서 생명의 기운은 위축되고, 신체적으로 병약한 사람들은 몸이 허해집니다.
음험한 지기가 극에 달하는 이 시점에!!
양기를 북돋고 생명을 기운이 충만해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한데요!!


재앙으로 입게 되는 불운, 재액과 모질고 사나운 고난, 액운을 무찌르기 위한 훌륭한 아이템으로 팥이 선택되어 동짓날을 지켜줍니다.


팥이 가진 능력치를 보자면 양의 기운, 오행으로는 화(火)에 해당합니다.
팥의 고유한 붉은 색은 액난을 물리치는 기운, 잡귀가 가져오는 불운과 전염병을 퇴치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요.

 

 

 

이러한 동지의 유래는 고려시대 초기로부터 거슬러 올라갑니다.
꽤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전통 풍습이지요.
할로윈도 고대 켈트족에서 유래된 매우 오래된 풍습인 것을 보면 서양이나 동양이나 사람 사는 건 비슷해 보입니다.


단지 주변 환경에 따라 어떤 문화로 표현되느냐의 차이일 뿐이지요.
동양과 서양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동양은 음의 기운은 상극인 양의 기운으로 물리치려 했고, 서양은 더 강한 음기로 맞서려고 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각자의 문화와 생각이 담긴 풍습이니 뭐가 옳다 그르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명절은 잊혀져가고 있으며, 서양의 명절 또한 그 의미는 퇴색된 채로 그저 놀이에 불과한 어느 재밌는 날에 그치고 있지요.

 

 

 

아마 우리나라 명절인 동짓날이 할로윈에 밀리는 건 할로윈 같은 퍼포먼스가 약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동짓날에는 팥죽을 먹는 퍼포먼스가 있기는 하지만 왜 먹어야 하는지도 점차 가물가물해지고 있고요.


실은 팥죽을 먹기 위한 퍼포먼스는 딱히 흥미롭지 않아요.
동지시간에 딱 맞춰 먹지 않으면 벽사효과가 떨어진다고 하므로
동시시간 5분전에 남쪽으로 네 번, 서쪽으로 네 번 절하고, 동쪽으로 일곱 번 절을 한 뒤 팥죽을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2019년 동지시간은 12월 22일 13시 19분입니다.
동지팥죽 먹는 시간 5분전인 13시 14분부터 3방위에 절을 올리고, 동지팥죽을 먹어야 한다는데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퍼포먼스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 같네요.
없어진다 한들.. 어쩔 수 없겠어요.

 

 

 

사실 팥은 동짓날 한정 아이템은 아닙니다.
팥의 고유한 벽사 스킬은 년 중 사랑받고 있었습니다.


마을에 전염병이 창궐하면 우물에 팥을 집어 던졌어요.
그러면 우물의 물이 다시 맑아지고, 질병이 사라진다고 믿었습니다.


재앙이 있을 때만 사용했던 건 아니에요.
경사가 있는 날에도 팥은 빠지지 않았어요.
경사스러운 날 요사스런 귀신의 장난질을 막기 위해 팥을 사용했지요.
이사할 때도, 고사를 지낼 때도 팥은 빠지지 않습니다.


벽사축귀 스킬을 가진 아이템은 팥 말고도 여럿 있습니다.


팥과 같은 효력을 갖는 벽사의 도구로는
고추, 소금, 복숭아, 대추 그리고 큰 소리를 내는 행위(부럼, 박 깨기) 등이 있어요.
전부 강한 양기를 띄고 있으며, 부정한 것을 씻어주고, 귀신을 쫓아주는 스킬이 장착된 아이템들이지요.

 

 

 

특히 벼락은 강력한 불기운과 큰 소리가 나므로 완벽한 벽사를 이룰 수 있겠지만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의 형태는 아니라는 점에서는 아쉬워했어요.


그런데 그 벼락을 맞은 대추라면?
대추 자체만으로도 좋은데 벼락을 품은 대추나무라니!!
따라서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굉장한 벽사도구가 되어 벽조목이라 부르며,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동짓날에는 왜 굳이 팥만을 이용했을까요?
동지팥죽의 유래는 아마 환경적 요인이 컸으리라 짐작해봅니다.


겨울철에는 식량이 충분치 않지요.
옛날에는 어찌어찌 한 끼를 근근이 때웠어요.
쌀도 떨어져가고, 먹을 만한 야채도 별로 없습니다.
이때 부족해진 양기를 채우고 보충해줄 수 있는 겨울 곡식으로 팥이 아주 제격이었지요.


팥죽을 쑬 때는 팥 이외의 다른 부재료는 거의 필요치 않았어요.
쌀도 조금만 있으면 되고, 소금으로 간해서 김치만 있으면 든든한 한 끼가 되었습니다.
먹을 것이 마땅치 않을 때 팥죽 한 그릇만으로도 기력이 보충되고, 추위도 덜 타고, 힘이 불끈 솟았지요.


팥의 영양성분이 그 정도로 좋긴 좋습니다.
소염작용도 있어 가벼운 염증이 가라앉으므로 약리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요.


아마 팥에 관련된 옛이야기 중 전염병 이야기가 많은 걸 보면 체력이 약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염증 관련 병세가 나타나는 병치레가 팥죽으로 인해 호전된 것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식재료 생산에 계절을 타지 않고,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으므로 팥죽의 위력을 그다지는 못 느낍니다.
하지만 굶다시피 하던 옛날 조상님들에겐 거의 포션을 마시는 것에 비할 수 있는 체력 강화 효과, 어쩌면 그 이상의 효력이 나타났을 거예요.


춥고 어둡고, 먹을 게 없어 기운이 나지 않을 때 뜨끈한 팥죽 한 그릇 먹어주면 체력회복은 물론이고, 머리까지 잘 돌아가는 게 느껴지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동짓날 팥죽 한 그릇이 일년 열두달 보약보다 낫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거기에 주술적인 의미가 더해지면서 적당한 퍼포먼스도 행해집니다.
동지 팥죽은 사람들만 먹는 것이 아니었어요.


원래 무섭고, 힘들 때 신앙심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지요.
동짓날에도 당연히 차례를 지냈습니다.
집안을 지켜주는 주요 가신(家神)에게 올린 후 가족들이 먹었습니다.


신령님은 삿되고 요사스러운 기운이 아니므로 팥에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먼저 집안을 지켜주시는 신령님께 동지 팥죽으로 차례를 지내고 난 뒤 사람들도 먹었어요.

 

 

 

벽사 퍼포먼스로는 팥죽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
바로 그 때! 팥죽 국물을 떠다 집 대문과 담벼락, 장독대, 헛간, 집에 고목이 있을 때는 고목에도 팥죽 국물을 뿌려줍니다. 잡귀야 물럿거라~ 훠이~


다 식은 팥죽 국물을 가져가서 뿌리지는 않아요.
꼭 부글부글 펄펄 끓어 넘칠 때 뜬 팥죽 국물을 가져가서 뿌립니다.


옛날 초립문이나 흙벽에 뿌리는 건 별로 티가 안 났을 것 같긴 한데요.
요즘 시멘트 벽이나 철문에 뿌리면 되게 지저분해 보여서 좀...


아무튼 동지 팥죽을 먹을 때는 새알심을 빚어 넣는데 그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동글동글 새알심은 태양을 상징하며 생명을 기운을 꽉꽉 눌러 담아 똘똘 뭉치는 의식입니다.
어둠을 물리치고, 빠른 체력 회복을 기원하는 의미이지요.
(새알심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생김새가 새알을 닮았기 때문, 별 뜻은 없어요.)

 

 

 

동지팥죽을 먹는 이유는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겨울철 보양음식으로 먹는 것이며, 지난 1년간의 나쁜 기운을 전부 털어내고, 앞으로도 액운이 붙지 못하게 하려는 주술적 의미를 포함합니다.


동지가 지나면 낮이 다시 길어지므로 동짓날을 작은 설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새알심을 나이만큼 먹고, 동지 팥죽을 먹으면 1살을 더 먹는다고 했지요.
떡국을 먹는 이유와 똑같아요.


음기가 가득한 날이기도 하지만 태양이 새롭게 태어나는 전환점이기도 하므로 여러모로 뜻깊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1년의 시작을 의미하므로 옛날 서당 입학식 날짜가 동짓날이기도 했었지요.
만물이 소생하는 날이므로 고기잡이와 사냥을 하지 않는 날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동짓날에 항상 팥죽을 먹는 건 아니에요!!
동지는 애기동지(아기동지), 중동지, 노동지 이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아기동지에는 팥죽을 먹지 않습니다.


동지 날짜는 매년 양력으로 12월 21일 또는 22일입니다.
양력 12월 21일 또는 22일의 음력날짜에 따라 달라지는 건데요.


애기동지 : 음력 11월 10일 이전, 즉 11월 초순에 동지가 들면 애기동지
중동지 : 음력 11월 11일 ~ 20일, 11월 중순에 드는 동지
노동지 : 음력 11월 21일 ~ 30일, 11월 말에 드는 동지


중동지나 노동지에는 동지 팥죽을 쑤어 먹지만 애기동지에 팥죽을 쑤면 어린 아이들에게 해가 된다고 하여 그때는 팥시루떡을 해서 먹습니다.

 

 

 

아마도 음력 11월 초순쯤에는 그리 춥지 않잖아요.

딱히 겨울이라고 하기 보다는 늦가을에 가깝지요.

따뜻한 날씨 때문에 팥죽이 금방 쉬거나 상하게 되면 배탈이 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팥죽이 아닌 떡을 해서 아이들에게 먹인 것 같습니다.
조상님들의 지혜는 정말 대단하지요.
아마 12월 말 경, 추워지면 팥죽을 쑤어 드셨을 겁니다. 굳이 동짓날이 아니라도 말이지요.


2019년에는 노동지에 해당하므로 동지 팥죽을 먹는 날입니다.
2020년에는 양력으로는 12월 21일이며, 음력으로는 11월 7일 애동지에 해당합니다.
2020년에는 동지팥죽을 먹지 않는 동짓날이로군요. 팥고물 가득 포실포실 시루떡을 해먹읍시다.


갑자기 드는 궁금증!!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이 노래에서 까치의 설날은 과연 언제일까요?
1월 1일 신정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동지 다음날 “작은 설”일까요?

 

네, 노래의 까치 설날은 그냥 섣달 그믐,

설날 이브, 설날 하루 전날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ㅎㅎ 신정도 아니고, 동지도 아니네요.

 

 

 다음글 :: 팥의 효능과 부작용, 팥죽의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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