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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에 하는 일, 정월대보름 놀이

 

섣달은 한 해의 마지막, 정월은 한 해의 시작을 지칭합니다.
첫 정월에 뜨는 첫 보름달이라니~


동양에서는 탐스럽고 둥근 달은 풍요의 상징이었고, 소원을 비는 존재입니다.
정월대보름이란 설날보다 더 큰 명절로써 그야말로 축제고 잔칫날이었습니다.


반면 서양에서는 공포의 대상이며, 크고 둥근 보름달은 재앙을 상징하며, 항상 음산한 분위기를 돋우는데 사용되어왔지요.


정월대보름이란 축제까지 있는 동양과는 사뭇 다른데요.
아무리 문화차이라지만 너무 상반된 풍습을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달의 인력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생긴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달의 조석간만의 차로 인한 자연재해가 크지 않은 편인데요.


달의 인력은 해수뿐만 아니라 지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될 정도입니다. 달의 인력이 가장 강한 슈퍼문이 지진과 해일을 몰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명확히 규명된 이론은 없지만 단지 구체적인 데이터가 부족할 뿐이지요. 강진과 해일이 덮칠 때마다 어김없이 슈퍼문은 떠올랐으며, 조석변형력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었을 때 강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틀림없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연구해야할 과제가 주어진 셈이지요.


이처럼 옛날 서양 사람들은 만월이 찰 때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 싫었나봅니다.

 

우리나라도 붉은 빛의 레드문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달빛이 희면 비가 많이 와 풍년이 들고, 레드문이 뜨면 가뭄이 들어 흉년이 들 것이라 한 해를 점쳐보기도 했습니다.


정월대보름은 새벽부터 축제가 시작됩니다.
부럼을 깨고, 귀밝이술을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정월대보름에 하는 놀이로는 주로 액운을 제거하고, 복을 비는 놀이가 주류를 이루었고요.
건강을 챙기기 위한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이 성행했습니다.

 

정월대보름에는 스포츠 열기도 활활 타올랐습니다.
마을 간 배틀이 붙기도 하는데요.
두 마을이 다리를 사이에 두고 횃불싸움을 하지요.
요즘의 시선으로는 뭔가 상상할 수 없는 위험한 풍습으로 보이긴 하네요.


줄다리기도 하고, 고싸움도 벌이면서 거의 체육대회 같은 분위기도 벌어져 열띤 응원도 하는 등 그야말로 왁자지껄 떠들썩합니다.
줄다리기는 여자가 이겨야 풍년이 든다하여 여자가 이기도록 유도하면서 남녀가 함께 어우러지는 날이기도 하지요.


옆에서는 사자 가면을 쓰고 춤을 추며 다니고, 농악대가 풍악을 울리면서 정월대보름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요.

 

그 외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으로는 땅에 놓여진 다리(bridge)를 밟으면 그 사람의 다리(leg)가 튼튼해진다는 다리밟기, 농민들이 풍악을 울리며 집집마다 찾아가는 지신밟기가 있습니다.


요즘도 정월대보름에 풍악대가 꽹과리, 장구를 치면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요.
나쁜 점은 1층 점포들은 삥(?)을 뜯기곤 합니다. 천 원을 주면 도리어 화를 내기도 하고요.
만 원 이상을 뜯어갑니다.


가게의 대박을 기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돈을 안 주면 줄 때까지 꽹과리로 고막을 폭행합니다. 손님이 계시면 버틸 수도 없어요. 빨리 줘서 내보내야 하는데요.
그 돈으로 자기네들 막걸리 사먹는다고 합니다.


돈 벌기 참 쉽네요. 요즘엔 아주 조폭이나 다름없이 변질되었습니다.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이 이렇게 변질되어가니 후대까지 이어질리 만무합니다.

 

정월대보름에 먹는 음식


정월대보름 음식도 참 특색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스럼 사라져~ 부럼!
땅콩을 깨물고, 호두를 팍 깨고, 잣과 밤 등을 아그작 물어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빌면서 먹습니다.


견과류에는 오메가3와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있지요.
추운 겨울 견과류의 고급 영양성분이 푸석한 피부에 윤기를 주고, 면역력을 강화시켜 부스럼이나 염증을 제거한다는 훌륭한 지혜에서 비롯한 부럼깨기!!
정월대보름은 새벽녘부터 부럼깨기로 시작하지요.

 

귀밝이술도 새벽에 마셔야 합니다.
시간이 이른 만큼 조금씩만 마십니다.
데우지 않아 차갑고, 맑은 청주를 남녀 구분 없이 마시는데 1년간 좋은 소식만 들려오길 기원하면서 귀밝이술을 마십니다.


아침 식사 전에 부럼도 깨고, 귀밝이술도 마셔야 합니다.
되게 바쁜 하루를 보내야 하니까요.


밥으로는 오곡밥을 지어 먹습니다.
쌀과 보리, 팥, 조, 수수로 지어 먹으며 반찬으로는 나물 9가지 이상을 먹습니다.
무 말린 것, 오이 말린 것, 말린 호박, 말린 가지, 말린 고사리, 말린 버섯을 무쳐서 나물로 먹는데 한 번에 이 모든 종류를 전부 먹어야 합니다.


먹을 때는 복쌈이라고 하여 김 또는 배춧잎에 싸서 먹습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영양가가 풍부해보이지 않나요?
여름 무더위를 잘 보내기위해서는 추운 정월부터 건강관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선조들의 지혜입니다. 현실적인 건강관리 계획을 복을 받는 다는 말로 대체했을 뿐.
추워죽겠는데 정월 아침부터 더위팔기로 여름을 대비하고 있지요.


오곡밥 이외에 약밥도 만들어 먹습니다.
옛날엔 먹을 것이 귀했기 때문에 이런 축제날을 빌어 영양 섭취를 든든히 하여 건강하게 지내기 위한 축제가 정월대보름이지요.


떠들썩한 낮이 지나고 정월대보름의 달이 두둥실 떠오르면 축제의 2막이 펼쳐집니다.

 

2020년 정월대보름 달뜨는 시각은 16시 40분 정도입니다. 지역별로 몇 분간의 차이는 나겠지만 대략 그쯤입니다.
달뜨는 시간은 일출과는 달리 해마다 달라지지요.
오후 4시 ~ 오후 6시 경에 주로 달이 떠오릅니다.


달집태우기로 액운태우기, 액운을 날려보내고, 복을 받기 위해 송액영복 액막이 연을 날립니다. 그리고 달맞이를 하면서 소원성취를 기원하지요.


벌레를 태워 없앨 목적으로 쥐불놀이를 합니다.
쥐불놀이를 하다 논두렁이나 밭에 불을 놓습니다.
잡귀를 쫓고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불을 지른다고는 하지만 화전민이 불을 놓는 거와 같은 이유에요. 겨우내 살아남은 해충과 쥐를 방제하고, 땅을 기름지게 만들기 위함이지요.

 

이렇듯 정월대보름 행사는 밤이 깊도록 펼쳐졌어요.
요즘엔 명맥만 잇고 있지만 얼마나 규모가 큰 축제날이었는지 가히 짐작이 되시나요?


아무래도 정월대보름에 하는 놀이 전부를 잇기엔 많이 위험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쥐불놀이도, 달집태우기도 개인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정월대보름 축제장에서 전문가 입회하에 불놀이를 하지만 이것도 자칫 화재로 번지는 일이 빈번하고요.


개인이 체험할 수 있는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으로는 부럼깨기, 귀밝이술 마시기, 정월대보름 음식 먹기, 달맞이 소원빌기 정도가 되겠네요.


옛날처럼 좀 더 떠들썩해지려면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수밖에는 없어 보이네요.
따지고 보면 서양 명절은 상업적 결과물이잖아요.

 

차라리 우리 명절도 그렇게 상업적으로 바뀌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상업이 요즘 시대의 전통을 잇는 매개체가 되고, 전통이라는 이미지를 소비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나마 먹을거리는 이제 사 먹으면 되니까 걱정은 좀 덜었다고 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부가 직접 손수 마련해야 했지만 지금은 대보름 나물 세트를 주문해서 먹으면 되지요.
약밥도 누가 집에서 만들어요? 은근히 재료도 많이 들고,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요.


약밥을 하기 위한 재료비, 나물을 무치기 위한 재료비나 완성품을 사는 비용을 비교해 보면 후자가 훨씬 이득인 세상이 되었네요.


어떤 명절이든 간에 주부들의 노동량을 줄여야만 진짜로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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